'출발'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4.11.16 | 늦가을 천마산
  2. 2014.10.26 | 금강산 화암사 성인대를 다녀오며

늦가을 천마산

출발 | 2014. 11. 16. 19:16
Posted by 비파형동검

지명의 유래에 관한 특별한 지식이 없더라고 직접 몸으로 체험을 하고나면 왜 그 지명이 생겼는지 어렴풋이 알게되는 곳이 있습니다. 천마산이 왜 천마산이 되었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더라도 천마산의 꺽정바위는 왜 생겼는지 알 것만 같습니다.


천마산에 표지천마산 설명입니다.

천마산은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산입니다. 한자로 <山> 이라고 씁니다. 하늘 천에 문지를 마자이니 하늘을 문지를 산이라는 뜻인데요, 여기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보니 백과사전에 이렇게 나옵니다.

"고려 말에 이성계가 이곳에 사냥을 왔다가 산세를 살펴보니 산이 높고 아주 험준해서 지나가는 농부에게 산 이름을 물어보았는데 그 농부는 "소인은 무식하여 잘 모릅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이성계는 혼잣말로 "인간이 가는 곳마다 청산은 수없이 있지만 이 산은 매우 높아 푸른 하늘이 홀()이 꽂힌 것 같아, 손이 석 자만 더 길었으면 하늘을 만질 수 있겠다."라고 한 데서 '천마산'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즉 '하늘을 만질 수 있는 산'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 (한국지명유래집 중부편 지명, 2008.12, 국토지리정보원)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고려시대의 이성계까지 등장하니 역사가 꽤나 오래된 옛 이야기입니다. 달마대사가 어깨를 펴고 있는 모습이라고 하지만 상상력이 참 좋네요. 그래도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보며 그림을 그린 조상님들도 있으니 이정도의 상상력은 그냥 웃으면서 넘어가도 좋을 듯 싶습니다. 말 그대로 보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산의 모습은 다르게 보일테니까요. 그리고 고려시대의 이성계까지 나옵니다. 조선의 태조이죠. 그렇다면 아마도 조선왕조실록에도 들어가 있는 내용이 아닐까 합니다만 제가 찾아보려하지 않아서.

오랜 역사를 가진 산입니다. 그 산에 얽힌, 아니 계곡계곡마다 얽힌 삶의 이야기가 있겠지만, 그것을 모두 찾아보지는 못했습니다. 기회가 있다면 산에 얽힌 이야기들을 모두 찾아내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산을 삶의 터전삼아 살아온 사람이 많았다는 뜻이겠죠? 마지막에 임꺽정의 이야기까지 나오니 왜 그런지는 산을 오르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호평동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표지판천마산 정상으로 가라는 표지판이네요.


이런 안내판을 보면 길 설명이 잘 되어있을 듯 싶지만 절대 아닙니다. 제가 많은 산을 타본 것은 아니지만, 그닥 높지도 않은 산이 이리 험하다니. 천마산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아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아서 일단 찍어는 두었습니다.



길이제 나무들도 겨울을 준비하네요.


겨울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직 붉은 빛을 뽐내는 나무들이 있지만 길은 낙엽으로 덮여있습니다. 미끌어지기도 쉽지요. 하지만 땅만보며 오르다가 이런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하~~~하곤 합니다. 아직 감탄하기는 이릅니다.


오르면서이제 슬슬 높이가 있습니다. 마을들이 아래로 보이기 시작하네요.


산세의 일부산세입니다.




천마산이라는 산의 매력은 이 산세를 구경하는 것인데요. 산맥이니 정맥이니 하는 단어를 모르더라고 알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마치 주름처럼 산세가 이어져 있고 그 계곡 계곡마다 마을들이 사람이 산 흔적이 보입니다. 마치 아늑하게 품어주는 어머니의 품처럼.

임꺽정바위임꺽정바위입니다.


임꺽정이야 조선시대 유명한 도적이니 모르실 분이 없으리라 보입니다. 조선의 3대 도적이 있으니 하나가 홍길동이요, 하나가 장길산, 하나가 임꺽정입니다. 도적이라고 너 나쁜사람이라고 단정 짓기도 어려운 인물들입니다. 계급에 도전했지만 계급의 한계로 무너진 사람들이기도 하고, 또 의적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사람들입니다. 천마산은 그 중 임꺽정과 얽힌 이야기가 있는 산인데요, 임꺽정이야 여기저기 숨어서 지냈어야 했으니 어디든 못 갔겠는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느날 관군에 쫒겨 하루밤 숨었던 바위가 있으면 이야기가 만들어지니 이 바위또한 그런 운명을 지녔는지도 모르겠지요. 또 이 바위가 원래 제 이름을 가지고 태어났을 듯 싶지만 그 임꺽정때문에 제 의사도 묻지않고 이름이 정해져버렸으니 바위의 기분은 알리가 없습니다. 

하여튼 바위의 이름이 정해졌으니 왜 이 바위가 임꺽정바위가 되었을까를 생각해봐야겠는데요...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잠깐 이야기했듯 이 천마산은 험하기로도 나름의 명성을 날리고 있습니다. 길지 않은 계단을 오르는데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기도 하고요, 산이 많이 미끄럽습니다. 돌도 많고요. 이런 산이라하면 도적떼가 도망가기에 최적의 장소가 아니었을까요?? 또 지금이야 등산화다 스틱이다 다 있지만, 당시에 짚신에 맨발에 이런산을 오르기란 쉽지도 않았겠죠?

등산이라는 취미활동을 생각해보면, 아니 취미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생산 활동에서 벗어난 계급의 시간 활용이 취미활동인 것 같은데요 생산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하루 종일 일하고 잠자기 바빴을테니 산에 오를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한 예로 '동명일기'를 보면 양반댁 마나님께서 아랫사람들을 부랴부랴 새벽부터 깨워서 가마타고 산에 올라 일출을 봤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하품하고 있는 종들을 부리는 내용이 나오는데요. 참 ....그 종들은 무슨 죄가 있어서 밤 늦게까지 시중들다가 새벽부터 일어나 그 시중을 들어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누군가에는 한 없이 아름다운 장면일지라도 누군가에는 한없이 피곤한 상황일테니 말입니다.

다시 그러니 관군들도 이 험한 천마산을 명령이 아니면 굳이 오를일이 없을테니 도덕떼인 임꺽정이 근거지로 삼아 활동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장소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이렇게보면 이 산을 오르내린 도적떼 덕분에, 혹은 약초 캐던 심마니 덕분에, 혹은 화전민 덕분에,..혹은 등등의 기록조차 남겨져있지 않은 인물들이 만들어 놓은 그길을 우리는 등산화 신고 오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경사급경사의 바윗길.

옛사람들이 이 길을 따라 움직였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지금은 이렇게 로프로 혹은 안전 장비로 제단된 등산로만 오르고 오르다 보면.....


정상 표지석정상 표지석입니다.

이 표지석을 만나게 됩니다.

정상.정상.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 듯 오르고 오르다보니 아무리 험산이고 제 체력이 바닥이라도 산은 어느샌가 정상을 허락합니다. 사람의 의지인지 산이 허락한 것인지 헷갈리지만 저는 허락한 것이라 믿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백두산 천지를 봤던 기억이 있기에, 산이 허락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정상에 도착하면 사진 찍고 물 마시고 먹거리 먹고 잠시 쉬다가 내려오곤 합니다. 아직 많은 산을 타본 것은 아니지만, 거의 같은 패턴입니다. 참 뻔하고 재미없는 행동을 합니다. 그래도 오르게 됩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산입니다. 백수시절 저질 체력으로 다리가 풀려 정상을 밟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금연과 약간의 운동으로 체력을 다진 뒤 여러가지 장비의 힘을 빌려 겨우 올랐습니다. 산도 이번에 저의 노력에 감동을 했는지 다치지 않고 정상을 밟게끔 허락해 주었고요. 


정상에서정상에서 독사진입니다. 언제나 인증은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헬기장 가기전인가에 찍은 동영상 하나 올리고 마치겠습니다. 산세가 아름다운 산입니다. 저 능선을 따라 또 걷다보면 또 걷다보면 무엇이 나올까 혹은 저 계곡 계곡에 살던 사람들의 삶을 쫒아가보고 싶게 만드는 아름다운 산입니다. 




'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강산 화암사 성인대를 다녀오며  (0) 2014.10.26
 

금강산 화암사 성인대를 다녀오며

출발 | 2014. 10. 26. 22:31
Posted by 비파형동검


012345


금강산 화암사 일주문을 지나 한 10여분을 걸으면 숲길로 가는 길이 나옵니다. 길은 두 곳인데, 모두 같은 곳을 향해있습니다. 마음편하게 생각하면 모로 가도 서울이 나오는 그런 아름다운 곳입니다. 

고향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고, 그다지 높은 산도 아니기에 단풍 끝물이라도 한번 빨아볼까 싶어서 올랐습니다.


역시 단풍은 산 밑에서나 구경이 가능했고 정상에 올라가니 나무들은 겨울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은 소나무들만 철을 모르는 듯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요.

좋았다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든....사람이 쓰고 있는 언어의 한계랄까요?? 

아름다운 상황을 전에 정상에서 봤습니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장면이 눈 앞에서 펼쳐지니 저도 모르게 "이 맛에 산에 오르지"라고 말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제 거의 매일을 산 사진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거의 비슷비슷하지만, 사람 얼굴이 다르 듯 정비해 놓은 등산로가 다르고, 사람 키가 다르듯 그 깊이가 다릅니다. 코끼리 다리 만지듯 저는 극히 일부분만을 구경하고 왔는데 그만 산에게 정신을 놓아버렸습니다. 


하기야 제가 오른 산이래봐야 그리 높은 산도 아니고 시간도 빠른 걸음으로 40~50분이면 정상을 밟으니 명산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오르는 맛이 있다고 보면 됩니다.


하여튼 정상에서 바다를 보고 있자니 오랜만에 옛 기억이 났습니다. 이탈리아 아씨씨를 갔습니다. 그곳 마을길을 따라 오르면 산 정상이 있고, 그 위에 성이 있습니다. 무슨 성인지 기억이 도통 안나지만, 그 성에서 아래를 처다보니 저 멀리 마을들이 작게 보이더군요. 이때 무슨 생각인지.....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은데 아옹다옹 하지 말고 꿈이라도 크게 가지자라는 결심을 했습니다. 물론 귀국 후에 그런 결심을 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는데요. 어제 바람이 너무 불어 차마 눈을 뜰 수도 없는 상황에서 바다를 보다가 문득 옛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아름다운 풍경에 정신을 놓치기 전에 그 옛 기억을 잡아야 했는데...회사에서 집에 오는 길 또 아름다운 풍경만 떠오릅니다.




'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가을 천마산  (0) 2014.11.16
 

블로그 이미지

비파형동검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5)
소소한 하루 (3)
출발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