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팔면봉을 보면서
조선일보 11월10일 1면에 게재된 팔면봉입니다.
팔면봉은 한마디로 그날의 이슈를 정리해주는 촌철살인과 같은 기사입니다. 마치 전문가가 나서서 이슈에 대해 한마디로 정리해 주는 모양새인데요. 간혹 읽다보면 이해하지 못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저분들과 나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박대통령 APEC. 넘어가겟습니다. 두 번째도 특별히 딴지를 걸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조선일보니까요.
하지만 세 번째를 보고 '솔직히 해도 너무하네' 라는 생각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날 국제면의 탑 이슈였습니다. 멕시코의 한 마을 경찰서장이 마약조직에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한 이후의 고생은 이미 다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살해 위협정도는 애교인 멕시코 마피아인데요, 그 사람들이 대학생 43명을 죽였으니 멕시코에서는 어찌 느낄지 모르겠지만 참사 수준입니다. 저도 그 기사를 읽고서 참 멕시코 대단하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멕시코 실종 대학생 43명, 갱단 조직원들에게 무참하게 살해돼.. 이유는?
이 기사를 읽어보고 참고하세요.
하여튼 이런 엄청난 일이 일어난 멕시코를 조선일보가 준엄하게 비웃습니다. 희망까지 운운하면서 말이죠.
10일 이 기사가 나가고 11일 참사 209일 만에 세월호 수색을 중단합니다. 아직 실종자 9명이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 중에는 학생도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의 학생들이 있는데도 말이죠. 그 학생들뿐만 아니라 30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세월호를 이념 논쟁으로 몰고 가고, 마치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인양 말했던 언론이 조선일보 입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고등학생들이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 아이들을 구조해야할 사람들이 아이들을 구조하지 못햇습니다. 팩트 좋아하는 사람들이 운운하는 팩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한 발 더 나아가 이 사고를 이념논쟁으로 몰고가 진실을 가려야할 특별법 제정을 사법질서를 흔드는 폭동으로 표현한 것이 조선일보입니다. 저의 사상을 떠나서 조선일보를 보다보면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희망이라니요.
만약에 멕시코에서 우리나라 세월호 사건을 보면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고등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해 배가 침몰하고 있는데 한명도 구조하지 못했다고 비웃지는 않았을까요? 솔직히 우리나라 정론지라고 말하고 있는 조선일보가 부끄러워집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세월호 사건을 통해서 다른 나라를 비웃지 못할 처지가 되었습니다. 사고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사고 후 수습입니다. 그리고 구조이고요. 하지만 이번 세월호 사고를 통해서 본 우리나라는 안전에 대한 의식도 빈약했으며,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대통령께서는 사진찍는데만 골몰하셨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을 가지게 했고요. 이런 나라에서 멕시코의 희망이라니요. 대한민국의 희망마저도 바다에 수장시켜버리는 데 멕시코의 희망을 운운하는 것이 저는 못마땅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를 오랫동안 보신 분들은 분명히 멕시코도 어쩔 수 없는 나라군 하면서 혀를 찰 것입니다. 그리고 멕시코 여행갈 때 조심해야지 정도 생각하시겠지요. 가족이나 친척이 있다면 안부정도 물었을 것이고요. 그래도 좋습니다. 네 그래도 좋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하나의 의무가 생겼습니다. 세월호 사건의 진위를 정확하고 사실 그대로 밝혀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우리의 아이들이 여행을 떠나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사고를 당하는 일은 없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이번 세월호 특별법입니다. 이 세월호 특별법을 통해서 (사실 그대로 밝혀질 일은 없지만) 사실이 밝혀져야 합니다. 도대체 사고 시간 무슨일이 있었던 것이며, 왜 아이들이 구조되지 못했는지를 말이죠. 그래야 우리는 우리의 희망을 말할 자격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개인적인 사상이나 이념을 떠나서 이번 세월호 사고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서야 세월호에 대해서 제대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기사들을 다시 찾아보며 읽고 있습니다. 관련 서적도 읽고 있습니다.
너무 가슴이 아파서 제대로 볼 수조차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서야 세월호를 제대로 처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마음이 아파 뉴스조차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서야 그 세월호를 보며 관심을 더 가지기로 했습니다. 저의 관심이 큰 변화를 일으키진 못하겠지만 적어도 진실을 원하는 유가족 분들에게 조그마한 힘이 되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사 하나하나 제대로 읽어볼 요량입니다. 그래야 우리나라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할 용기가 생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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